2009/10/04 16:25
[기록]
이제는 종일 음악 한 곡 듣지 않고 하루를 나기도 하지만, 음악을 듣는다 해도 주변 소음을 지우는 데 쓸 뿐이지만…한때 사이키델릭 록에 빠진 적이 있었다. 듣다 보면 슬픔이 됐든 괴로움이 됐든 도망하기 쉬웠던 탓일 게다. 피해야지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러다 문득 사기치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듣기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음악을 만들던 순간 (그들이 어땠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알 수 없어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정신상태로 들어야 하지 않나, 그게 사이키델릭 록을 온전히 듣는 자세 또는 방법 아닌가 싶었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그간 사이키델릭 록을 좋아한다고 서슴없이 답하곤 했던 내가 너무 유치하고 한심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비슷한 정신상태를 만든 다음 다시 들어볼 용기(?)를 내기보다 사이키델릭 록을 좋아한다는 말을 안 하는 게 편하고 안전했다. 그러다 자기합리화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사이키델릭 록이라 일컬어지는 음악을 당시 만들던 이들도 나와 다를 바 없었다면, ‘마약을 한 듯한’ 기분으로 만들었다면? 사실이 그렇고, 그런 게 그들 음악의 지향점이라면? 등등 의심했다. 그 순간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뭔가에 흠뻑 빠지지 못하고 ‘이럴 수도 있다’, ‘저런 가능성도 있다’, ‘다른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운운하면서 미적지근해진 게. 비겁해진 게.